- 2022년 관세사 1차시험 대비 강의 수강후기_이OO(제39회 관세사 1차시험 합격)
- 작성일 : 2022-04-12 09: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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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년 이맘때쯤 불합격 후기를 남기며 내년에는 꼭 합격 후기로 돌아오리라 다짐했는데, 눈 깜짝할 새에 1년이 지났네요. 저는 2020년 9월부터 수험 생활을 시작했고, 2차와 병행하지 않고 1차에만 매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1차 시험에서평균 58.75점으로 과락 없는 불합격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4월부터 학원 커리큘럼을 따라 2차를 준비하다가 OX 특강 패키지와 모의고사식 문제풀이 과정 패키지를 결제하고 1월 중순부터 부랴부랴 1차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1차 시험에서는 평균 75.625점으로 합격하였으며, 제 후기가 한 분에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과목별 공부 방법 및 제39회 시험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남깁니다.
1. 관세법개론 (85점)
구민회 관세사님의 OX 특강, 모의고사식 문제풀이 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특히 금액, 기간과 기한, 행정조치, 주체 등 매주 다른 주제로 구성된 OX 특강 자료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본적인 내용 숙지가 된 후에는 매번 같은 내용을 반복하다 보면 금방 지루해지고 무엇이 중요한지 놓치기 쉽습니다. 구민회 관세사님께서 ‘오늘은 1장부터 13장까지 금액 위주로 봐야지’, ‘이번에는 주체를 중점적으로 체크하며 보자’, ... 이렇게 특정 테마를 잡아서 다양한 방식으로 회독하기를 추천하셨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생각 없이 회독할 때보다 확실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1차에서 필수로 구분해야 하는 대통령령/기획재정부령은 3단 법령집을 활용하여 법의 전체적인 구조를 반복해서 보다 보면 따로 암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미지화 되어 머릿속에 각인됩니다. 예를 들어 아래 사진은 법 제93조(특정물품의 면세 등)의 일부인데요. 가운데 시행령 부분이 비어 있으니까 이 조에서는 대통령령이 나오면 오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강사님들이 구분 방법이나 중요 포인트 등을 짚어주시지만 본인이 스스로 깨닫는 것이 기억에 더 오래, 확실히 남더라고요.
꼭 이것 때문이 아니라도 관세법은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겠지만) 숲을 먼저 보고 범위를 점차 좁혀 나무를 보는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1장부터 13장까지 다루는 내용을 전반적으로 훑은 다음, 장마다 절(+관)은 어떤 기준으로 구분되어 있는지, 그 안에 조들은 무슨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제목부터 익히면서 흐름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처음 1차부터 준비하는 분들은 보통 기본서로 시작하게 될 텐데요. 전체적인 틀을 잡지 않고 진도만 맞춰서 따라가게 되면 분명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긴 배웠는데 지금까지 뭘 배운 건지 의아한(= 다 아는 데 하나도 모르는)(=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 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학원 강의를 들으며 기본서 1장부터 학습하더라도 따로 법령집을 전체적으로 보면서 미리미리 법 구조와 친숙해진다면 저처럼 2차 기본이론 초반부터 관세법의 낯선 향기에 숨 막히는 일은 겪지 않으실 겁니다.
FTA 특례법은 혹여 정말 하기 싫더라도, 적어도 아예 포기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용을 아예 몰라도 단순 암기로 커버할 수 있는 부분(예: 발급기관, 긴급관세조치기간 등)만 챙겨가도 1문제는 맞힐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챙겨가고 싶다, 하시면 관세법과 비교할 수 있는 부분 위주로 정리하시는 게 시간 대비 효율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 38번(A형) 문제는 따로 정리하지 않은 부분이었는데 관세법에서 3년, 1천만원이니까 FTA 특례법도 똑같겠지? 했다가 틀렸습니다.
40번 문제는 아마 몇 년 전이라면 ‘최근 2년 → 최근 3년’으로 한다든가 ‘품목번호 6단위 기준 → 품목번호 10단위 기준’으로 바꾸는 등의 방법으로 오답을 구성했을 것입니다. 작년 시험에서도 느꼈던 거지만 최근의 오답 구성은 특정 단어를 바꾸는 것보다 다른 파트에 있는 부분을 끼워 넣는 방식이 늘고 있습니다. 모의고사식 문제풀이반에서 이런 류의 문제를 여러 번 틀리면서, FTA 특례법과 관세법의 비교뿐만 아니라 관세법 내에서도 구분해서 기억해야 할 부분을 정리해두었습니다.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출제자에 빙의해 보기도 하였는데요. 과세가격 결정방법 사전심사 반려 사유 문제에 ‘신청인이 반려를 요청하는 경우’를 넣으면 수험생들이 많이 틀리겠군, 이런 식으로 상상하며 공부하는 것이 제게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강의 수강 외에도 구민회 관세사님의 객관식 문제풀이 교재를 구입해서 매일 파트별로 나누어 풀어보고 오답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며 문제풀이 감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2. 무역영어 (77.5점)
유샘나 관세사님의 OX 특강, 모의고사식 문제풀이 강의를 수강하였고, 객관식 무역영어 교재를 따로 사서 풀었습니다. 문제를 풀면서 틀린 부분은 해당 법규에 표시하고 다음 회독 때 더 주의 깊게 보았습니다. 또한 OX 특강 문제들을 바탕으로 오답과 정답 문장을 정리한 파일을 만들어서, 문장의 어떤 부분을 바꾸어 오답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지 비교해 보았습니다.
관세법과 마찬가지로 무역영어 역시 2차까지 연관된 과목이기 때문에, 특히 (어차피 나중에 몽땅 암기해야 할) 3대 협약은 한글로 먼저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고 영문을 접하면 포인트를 잡기 수월합니다. 이번에 무역영어 시험지를 보면서 놀란 점이 “옳은 것”을 묻는 문제가 생각보다 많았다는 겁니다.
보시다시피 UCP 600에서 출제된 5문제 모두 옳은 것을 묻는 문제였습니다. 3대 협약은 1차 때부터 꼼꼼하게 공부하라는 출제자의 빅 픽처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번 39회에서는 3대 협약에서 총 17문제(CISG 6, INCOTERMS 6, UCP 5)가 출제되었는데, 나중에 2차에서도 해야 할 거 미리 완벽하게 하자는 마음으로 학습하시면 3대 협약은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기타 협약의 경우, 3대 협약 vs. 기타 협약의 접근보다는 무역거래 과정 중 어떤 파트에 관련된 협약인지를 중점으로 바라보면 무게를 두어야 할 부분을 구분하기 용이합니다. 이번 시험에서는 URC 2문제, eUCP 1문제, MIA 3문제, ICC 2문제, Hague 2문제, 몬트리올 2문제, CMI 2문제, 뉴욕협약 2문제, SGA 1문제가 출제되었는데요. 파트별로 묶어서 보면 결제 파트에서 3문제(UCP 포함하면 8문제), 운송 6문제, 보험 5문제입니다. 따라서 기타 협약 중 예컨대 운송 관련 협약은 어떤 것이 있는지 보고 각 협약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지, 공통점과 차이점 및 핵심 키워드 위주로 정리하며 학습한다면 일단 양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처음 보는 협약이 나오더라도 해당 파트에서 내가 이미 알고 있는 협약과 비슷한 내용을 다룰 수도 있기 때문에 아주 지엽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좀 더 확률이 높은 보기에 찍기 운을 배팅할 수 있습니다.
3. 내국소비세법 (72.5점)
이경신 세무사님의 OX 특강과 모의고사식 문제풀이 강의를 수강하였고, 기본서를 따로 구매하여 개념 정리는 스스로 하였습니다. 내국소비세법은 오답노트 활용을 많이 했는데, 틀린 문제에서 내가 고른 지문과 실제 정답 지문을 각각 적어두고 왜 틀렸는지, 왜 맞는지, 관련 개념 부분 등을 정리하였습니다.
다만, 몰아서 하게 되면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이라 학습한 당일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작년 1차에 이 책 저 책 바리바리 짊어지고 갔다가 막상 긴장해서 뭘 봐야 할지도 모른 채 어깨만 아팠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시험 당일에 이 노트만 챙겨가겠다는 목표로 정리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습니다.
이번 시험에 출제된 재고납부세액을 구하는 문제입니다. 이경신 세무사님께서 반드시 기억하라고 하셨던 0.945를 포함한 풀이 방식을 적어두고 눈에 익혀둔 덕분에 해당 문제는 보자마자 3초 만에 풀 수 있었습니다. 2교시는 회계학이 관건이라 내국소비세법을 최대한 빠르게 푸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출문제를 여러 번 푸는 것은 당연하고, 같은 문제라도 물어보는 게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다양하게 문제를 풀어본다면 실제 시험장에서 처음 보는 유형에 당황하는 일은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개별소비세법과 주세법은 먼저 기출문제 중심으로 반복하여 보고, 어느 정도 내용 정리가 된 후에는 부가가치세법과 다른 점, 또는 개별소비세법과 주세법 간 차이점 등을 정리해서 비교 학습하였습니다. 시간이 부족할수록 이런 새끼 과목에서 점수를 내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한두 문제쯤이야’ 하다가 작년의 저처럼 두 문제 차이로 떨어지고 이의제기 기간의 기적을 바라는 일이 여러분들에게는 없었으면 합니다.
4. 회계학 (67.5점)
처음에는 다른 과목들과 마찬가지로 유지원 회계사님의 OX 특강을 들으며 문제는 혼자 풀어볼 계획이었습니다. 작년에도 했으니까 풀다 보면 기억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말이죠. 하지만 전국 모의고사 1회차와 2회차를 우편으로 받아서 풀어보고서 회계는 혼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로 객관식 문제풀이 강의를 결제하고 1월 22일부터 열흘 동안 50강을 모두 들었습니다. 강사님의 설명을 들으니 그제야 작년에 배웠던 풀이 방식이 기억에서 되살아나면서 문제 푸는 데 속도가 붙었습니다. 작년에는 이해조차 되지 않아 포기하고 넘겼던 부분들이 이해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나 같은 회계 머저리도 하다 보면 되는구나’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유지원 회계사님께서 “안 외우면 힘 한 번 못 써보고 틀리는 것”이라고 하신 재무비율분석 파트, 혹시 암기가 싫어서 제치려는 분들은 외우지는 못해도 어떻게 계산하는 건지는 꼭 이해하고 연습해 보세요.
이렇게 문제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줄 수도 있습니다(이번 39회 문제입니다). 교재에서 해당 부분을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고 아예 패스했다면, 저는 이 두 문제를 못 풀었거나 또는 풀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려서 다른 문제를 못 풀었겠지요. 출제자가 거저 주는 문제들은 무조건 다 받아먹어야 합니다. 모의고사식 문제풀이를 수강하면서는 같은 회차의 문제를 4일 정도의 간격을 두고 다시 푸는 방법으로 반복 학습을 했습니다. 오늘 3회차를 풀었다면 오답 정리와 복습은 당일에 하고, 4회차를 푸는 날 3회차 회계학 문제를 다시 푸는 것입니다. 다만, 보기와 답이 의도치 않게 기억에 남아 문제를 풀기도 전에 정답부터 보이는 일을 방지하고자 두 번째 풀 때는 아래 사진처럼 문제에 있는 보기는 다 지우고 주관식으로 풀었습니다.
회계학 과락을 면하는 방법은 원가관리회계와 말문제에서 점수를 채우는 것입니다. 말문제는 유지원 회계사님의 OX 특강 자료를 회독하고 기출문제를 반복해서 풀면 외우고 싶지 않아도 외워집니다. 원가관리는 다들 입을 모아 말하듯 시간 대비 쉽게 점수를 올릴 수 있고, 재무회계에 비해서 정말 공부한 만큼 점수가 나오는 과목입니다. 작년에는 재무회계는 골치가 아프고 원가관리회계만 재미있었는데, 올해는 둘 다 재미있더라고요?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아마 2차 공부를 하며 느꼈던 백지를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풀면 보기에 답이 있고 심지어 못 풀어도 찍을 수라도 있는 1차 공부가 반가웠던 것 같습니다. 수학을 좋아하지만 못하는 학생이었는데, 회계학 역시 비록 점수가 높지는 않아도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자료를 해석하고 풀이하는 과정 그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내국소비세법처럼 회계학 역시 오답을 정리하고 한 번 틀린 문제는 다시는 틀리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반복했습니다. 다 정리하지는 못하고 눈으로만 보고 넘어간 문제도 많았는데, 그런 문제들은 일주일 뒤에 다시 풀어보면 또 틀리더라고요. 틀렸던 문제를 맞힌 후에는 예전에 풀었던 프린트와 비교해 보면서 그때는 왜 틀렸는지 한 번 더 짚고 넘어가니 기억에 더 잘 남았습니다.
제39회 회계학 투자부동산 문제입니다. 처음 문제풀이에서 틀렸을 때 그냥 틀렸구나~ 하고 넘어갔다면 이번에 이 문제에서 소중한 2.5점이 날아갔겠지요. 추가로, 문제를 풀 때 지금 이 문제에서 물어보는 것 외에 다른 것을 묻는다면 어떻게 풀까 생각해 보고 연습하는 것이 무작정 많은 양을 푸는 것보다 효과적입니다. 유지원 회계사님께서 문제풀이 시간에 이런 부분을 캐치해 주시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40번 문제 밑에 40-1번, 40-2번을 만드는 방식으로 같은 지문에서 다르게 물어볼 수 있는 것들까지 함께 정리하면 실제 시험에서 지문을 이해하는 데 머리를 굴리는 시간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기타 공부 방법
제38회 1차 불합격 후 보름간의 휴식 동안 다른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는 방종에 휩쓸리기 쉬운 사람이니 고등학교처럼 나를 옭아매는 규율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하여 가장 먼저 공부 장소를 집에서 관리형 독서실로 바꾸었습니다. 올빼미형 인간으로서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교시제로 운영되는 시스템에 따라가는 것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2차에서 어차피 해야 할 일인데 미리 적응하자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학습 계획은 시간대별로 과목을 나누지는 않았고, 그냥 과목별로 그날 공부할 부분을 쭉 적어놓고 지워나가는 식으로 정리했습니다. 구민회 관세사님께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때일수록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셔서, 주별 계획을 대략적으로 세우고 그걸 달성하기 위한 일별 계획을 세부적으로 짜서 실행했습니다. 평일에 살짝 빠듯하게 플랜을 짜는 대신, 토요일에는 따로 계획을 세우지 않고 평일에 못한 부분을 보충했습니다. 오늘 못한 걸 내일 하려고 하면 공부량이 많아지고 그만큼 부담도 늘어나서 결국 다음 날도 누적적으로 밀리게 될 확률이 큽니다. 일일 할당량을 다 마친 날에는 “나란 사람 꽤나 멋진 사람” 셀프 칭찬을 하고, 그렇지 않은 날에도 “이걸 다 해내면 그게 로봇이지 인간이냐” 하면서 계획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기 위해 차라리 혼잣말을 하면서 살짝 미쳐버리는 것을 택했습니다.
1차 경험이 전무하거나 평소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면 전국 모의고사는 꼭 현장에서 응시하시길 바랍니다. 작년에 한 번 봤으니까 굳이 안 가도 되지 않나? 고민하다가 3회차, 4회차는 학원에 가서 보았는데요. 독서실에서 혼자 시간을 재면서 푸는 것과 실제로 다른 수험생들과 함께 시험을 보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건대입구에서 잡힌 약속은 때려죽여도 안 나가는 인천 거주자인데 (인천러 파이팅), 모의고사 시간보다 왕복 지하철 시간이 더 오래 걸림에도 실제 시험에서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가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가답안으로 합격을 확인한 후에 모의고사 점수와 실제 점수를 비교해 보았는데요. 만약 귀찮아서 현장 응시를 안 했다면 더 낮은 점수가 나왔을 지도 모른다는 아찔한 생각을 했습니다.
6. 마치며
사실 11월부터 1차를 언제부터 해야 하나 끊임없이 고민‘만’ 했습니다. ‘1차 언제부터 하지’, ‘1차 하다가 2차 공부한 거 다 까먹으면 어떡해’, ‘근데 이러다 1차 또 떨어지면 아무 소용 없잖아?’, ... 머리 터지게 갈등하면서 정작 1차는 시작도 안 하고 그렇다고 2차에 온전히 집중할 수도 없는 어리석은 굴레에 갇혀 연말을 보냈습니다. 결국 1차를 시작하면서 2차는 깔끔하게 손을 놓았는데요. 돌이켜보니 멀티가 안 되는 제가 1차에 전념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시험 전날까지 스트레스만 받으면서 1차도 2차도 제대로 못 했을 것 같아서 오히려 제게는 더 나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2차도 기존 페이스대로 하면서 1차까지 병행하는 분(=제 기준 대단한 능력자)도 많습니다만, 그건 그들의 이야기이지 제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수험생활 전반적으로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선택한 길에 확신이 있다면 조금 빠르고 느린 건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타인의 레이스에 본인을 세워놓고 그 사람의 기준으로 자신을 판단하는 순간 괴로움이 시작됩니다.
2차 준비로 다시 돌아가려니 눈앞이 아득하지만 일단은 내년에 1차를 안 봐도 되는 것에 안도합니다. 하마터면 내년 3월 11일에 잡힌 친동생 결혼식에 “1차 시험 보느라” 참석 못 하는 언니가 될 뻔했거든요. 당장 돌아오는 이번 토요일부터 2차 모의고사를 보기는 보는데 제가 어떤 헛소리를 늘어놓을지, 뭐라도 끄적거릴 수는 있을지 벌써부터 흥미진진합니다. 당연히 창피할 테지만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데 쪽도 일찍 팔리는 게 낫겠지요. 이번 1차 시험 응시하신 분들 결과를 떠나 다들 고생 많으셨고, 합격하신 분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속도는 달라도 다들 지치지 말고 끝까지 완주해서 동기로, 선후배로 필드에서 꼭 만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