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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5회 관세사 자격 시험 1차 응시 후기_최수영
작성일 : 2026-05-03 20:39:01

D-7:시험을 일주일 앞으로 남겨두면서 책을 넘기는 손이 더욱 빨라졌다. 마치 무엇인가 쫓기는 사람마냥 불안해보이고 책을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인지 좌우로 움직이는 동공엔 불안감이 가득 퍼지는 듯 했다.
그동안 여러번 읽고 읽었던 네과목을 이틀간 다시 복습해도 불안감이 해소되진 않는 모양이다.
'읽을 땐 머리 속에 들어오는데 다 끝나고 되뇌어보면 왜 아무것도 안한 기분이 드는것일까..'
카페인이 가득 든 커피를 한번에 다 마신것처럼 마음은 가라앉지 않고 불안하기만 하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마음을 진정시킬 비법이라도 찾고 있는것마냥 그동안 준비한 종이를 쉴새없이 뒤적거리고만 있다.

D-3:저번주부터 심해진 감기에 계속해서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던 그때 휴대폰의 메시지 소리에 잠시 눈을 돌린다. 교수님들의 응원영상. 공부는 했는데 머리속에 다시 되뇌이면 신기루처럼 아무것도 남아있는 거같지 않는 이 불안감을 없애주진 않을까 영상을 재생해본다. 잔잔한 음악소리와 함께 "여러분의 꿈이 실현되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그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초조했던 그 마음이 그 글귀를 보는순간 바로 코앞에 왔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하면서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뛰었다. 볼펜의 볼이 파르르 떨렸다. '시험 시작 직전이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닐까..' 다시 책을 앞에 가지고 계산기를 두드린다. 책이 불안감을 해소해주지않을까..

D-day:아침일찍 일어나 떡을 오물거리며 한손에는 종이를 들고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다. '그래도 어제하루종일 밥 안먹으면서까지 네과목을 다 보고 잔게 훨씬 낫다.' 어제까지만 해도 초조하고 불안하기만 했던 마음이 오늘은 자그마한 설렘이 더해지는걸 시험장으로 향한다. 올해내내 머리속에 강박으로 박혀있고 중심에 박힌 묵은 체중같은 이 무언가가 시험이 끝나면 시원하게 떨어져나갈까 궁금해진다.

두번째 시험시간 쫓기듯 시계를 들여다보며 답을 체크해나간다. 관세법은 괜찮았고 영어는 나쁘지 않았다. 시간은 어느덧 20분이 지났다. '재계산 문제네 문제네.. 60%, 50%, 마지막은.." 중얼거리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던 때 계산기에선 생전 처음보는 모양이 튀어나왔다. 13/16. 일순 머리속이 하얘졌다. 손이 멈춰버리고 머리속에 불현듯 시험시작 전이 떠올랐다. "시험시작전에 공학용 계산기는 리셋하세요" data reset 버튼을 누른다는게 모르고 전체리셋을 눌러버린 듯하다. "... 5%차이가 나야 계산을 하는데 5%인지 알수가없잖아..." 나지막히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머리가 비어버렸다. 불안한듯 계속해서 시계를 바라보며 직접 분수를 풀어 퍼센트를 계산한다. 36%.. '감독관한테 얘기를 해야할까. 어짜피 내 잘못이라 방법도 없을텐데.. 분수가 나오는 계산기로 회계학을 풀 수 있을까..' 시험문제를 제쳐두고 계산기의 set up 버튼을 쉴새없이 누르며 알 수 없는 버튼을 자꾸 눌렀다. 5분남짓 지났을까 계산기가 소수로 결과물을 배출해냈다. "괜찮아, 할 수 있다. 아직 50분 남았어" 아랫입술을 깨물며 할 수 있다는 말을 중얼거리며 마음을 진정시켜본다. 말과 달리 손가락을 쉴새없이 계산기를 오가고 있었다.

"시험 끝났습니다. 모두 동작그만하세요." 가방을 들고 스마트폰을 챙겨 공학관을 빠져나온다. 묵은체중이 내려가듯 후련할거 같았던 마음은 후련하기보다는 허무하고 공허했다. 한방울 한방울씩 모았던 액체가 기화되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느낌, 몇달을 준비했던 그 160분이 지나간 후는 생각만큼 후련하고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조금 허탈한마음을 받으며 내리막길을 터덜터덜 걸었다.


가채점 결과 무난하게 1차는 합격한거같습니다. 작년 한해 가족보다 더 오래봤던 교수님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부산에서 인강으로 들었기때문에 한번도 뵌적은 없지만 교수님들이 항상 확신을 가지고 강의해주셔서 더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었던거 같습니다. 정말로 강의하는 걸 즐기시고 좋아하시는 듯한 구민회 관세사님, 친근하시고 마음을 잘 헤아려주시는 김용원관세사님, 그리고 큰형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해주시는 유지원 회계사님, 강의중에 해주시는 여러 인생얘기들이 저를 많이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노력한다는건 습관이다.' 라는 말이 너무 와닿아 책에 써놓고 여러번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