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사 1차시험 대비 강의 수강후기_박OO(제34회 관세사 1차시험 합격)
- 작성일 : 2017-07-10 18: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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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 오후2시, 가답안이 나오기로 했던 오후 2시에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집으로 향하는 택시에 앉아있었다. 4번을 다시 읽었던 무역영어 문제, 한 문제도 모르겠던 회계학 첫 두 페이지만이 눈앞에 아른거렸고, 점심에 우겨넣은 짜장면은 배 속에서 목을 타고 올라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오후 2시 2분! 홈페이지에서 가답안을 클릭하는 동시에 회계학에 4번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했다. “아.... 망했다.. 회계학 40점 안 나오면 그냥 다 찢어버려야지. XX...”
오후 2시 10분.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빨간색 펜으로 그으면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 초록색 색연필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2교시 과목부터 폈다. 내국소비세법. 77.5점... “그러면 뭐하나... 회계가 과락일텐데...” 아니나 다를까 첫 두 페이지 8문제 중 한 문제에 겨우 동그라미를 치고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하...어떡하지.” 그러면서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동그라미 하나, 둘, 셋...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닫았을 때 23개...! 57.5점. “와.XX.이게 뭐야.” 그리고 이어서 관세법 75점. 무역영어 70점. 옆에서 같이 보고 있던 남자친구가 말했다. “평균 68점. oo아. 합격이네. 고생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었던 8월 말, 그 지하 막걸리 집에서의 선배와의 술자리부터 시험 끝에 “왜애앵”하던 종소리까지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오늘 아침 6시 29분,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떴고 차분히 샤워를 하고 어제 챙겨놨던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그리고 오늘 먹으려고 샀던 바나나, 물, 샌드위치를 챙겨 택시를 탔다. 7시 10분 쯤 도착하여 자리에 앉아 회계학 OX종이를 꺼내 몇 페이지를 보고 있었더니 갑자기 배가 아팠다. 보던 프린트를 챙겨 화장실에 들어가니 “아 이런.” 휴지가 없었다. 휴지를 챙겨올 생각을 미처 못 했던 지라 학교를 헤매며 ‘아, 이렇게 준비가 안 돼 있었나.’하는 불길한 생각을 웃으며 떨쳐내려고 애썼다. 3개의 화장실을 들르고 나서야 본부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본부 쪽으로 갔더니 화장실이 있었고 혹시나 하며 들어갔더니 거기에 화장지가 가득 차 있는 것이었다. 그게 어쩐지 얄미워 하루는 족히 쓸 양의 휴지를 뽑아오고 나서야 미션을 완수한 톰 크루즈처럼 화장실을 나섰다. (더러운 얘기해서 죄송함니다... 여러분.. .화장지 챙겨가세요...) 돌아오니 시간이 꽤 지났다. 어제 공부를 마무리하며 불안감에 잔뜩 들고온 책은 하나도 못 보고 관세법 OX를 보다보니 어느새 9시가 되었고, 감독관 두 분께서 들어오셔서 휴대폰을 걷고, OMR,시험지배부 한 후 9시 30분을 기다렸다.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되뇌이며 더 집중하기 위해 후드를 썼다.
9시 반, 시험 시작 종과 동시에 “촤르륵” 시험지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1교시 관세법, 왜 이렇게 쉽지 생각이 들 때쯤 헷갈리는 문제가 나왔고 일단 빠르게 체크하고 다 풀고, 마킹까지 하고 나니 시계에 표시해둔 9시 55분이 거의 다 되었다. ‘괜찮네.’ 그리고 무역영어. CISG가 제일 자신있었는데, CISG는 나오는 문제마다 처음 보는 조항이었고, 제대로 본 적도 없는 이름 모를 조약, 조항들이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하지만 김용원 선생님께서 하셨던 “모의고사때 원래 나오던 3대협약에서 한 두문제 빼고 다른 문제를 넣으면 학생들이 그렇게 어려워하는데, 막상 성적을 보면 별로 차이가 없다”라는 말씀을 기억하며 멘탈을 잡으려고 애썼다. “왜애애앵” 1교시가 끝났나보다. 시험 종료 종소리는 무심히도 시끄러웠다.
11시 10분, 쉬는 시간동안 화장실을 잠시 들렀다가 내세법 마지막으로 봐야하는 부분 접어놓은 것을 확인하고 나니 금방 감독관 분들께서 들어오셨다. 그리고 20분, 또다시 시작되었다. 내국소비세법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쉬웠던 것 같다. 모의고사와는 다르게 개별소비세와 주세가 먼저 나와서 당황했던 것 외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문제였다. 내세법을 다 끝내고 회계학을 처음 펴자마자 ‘아, 이래서 내세법을 쉽게 냈구나.’라는 생각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번 ‘쫄고’나니 공부해갔던 파트 문제마다 헷갈리기 시작했고, 정신없이 헤매다가, ‘아 맞다. 말 문제부터!’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OX특강으로 공부했던 말 문제가 생각보다 쉬웠고, 마지막에 우연히 들었던 현금흐름표 강의 앞쪽에 조금 붙어있던 원가 문제까지 맞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신을 차렸다. 그렇게 한번 훑고 나서 재무부터 풀기 시작했고, 다시 ‘할 수 있지 않을까.’와 ‘XX’을 오가며 정신없이 문제를 풀고, 5분 남았을 때 절망적인 기분으로 마킹을 했다. 그리고 한 문제를 겨우 더 풀고 시험이 끝났다.
기분이 너무 나빴다. 이렇게 1년 공부한 거 날리는 구나 하는 생각에 핸드폰을 켜자마자 단톡방에 “아 개망했다. 이거 백방 떨어짐.”라고 했다. 그렇게 쓴 게 지금 스크린샷이 되어 “엄살이었네”하는 놀림거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 놀림이 너무 행복하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붙었어!” 나만큼이나 마음 졸이고 계셨을 우리 엄마는 결국 우셨고, 아빠에게서야 “축하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아, 너무 행복하다. 오늘 뭐하지. 나중에 술이나 마시러 가야겠다. 뭘 마셔볼까, 막걸리? 맥주? 소주? 일단 한숨자야겠다.
p.s. 약 1년 동안 좋은 강의해주셨던 김용원 관세사님, 유지원 회계사님, 구민회 관세사님, 이경신 세무사님께 너무 감사합니다. 2차도 열심히 해서 꼭 마지막에 뵙고 싶습니다.ㅎㅎㅎ 에프티에이 학원 사랑해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