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관세사 1차시험 대비 1차시험 불합격 강의 수강후기_이OO
- 작성일 : 2021-04-19 15: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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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으로 관세사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입니다. 2013년 초에 관세사 준비를 1개월하고 그만둔 적이 있습니다. 돌아보니 그때 FTA관세무역원이 있었다면 포기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준비를 해볼까 고민하며 학원에 방문했을 때 김용원 관세사님이 따끔한 충고와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마음을 정할 수 있었고 그렇게 1차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38회 1차 가채점 결과는 불합격입니다. 합격 후기는 많은 분이 써주실 거라 생각하고 저는 불합격 후기를 남깁니다.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최대한 자세히 기록하겠습니다.
1. 관세법
이과 → 공대 루트로 법의 비읍도 모르는 제게 관세법은 가장 취약한 과목이었습니다. 기본 이론부터 OX 특강까지 임예진 관세사님의 커리큘럼을 따르며 관세법의 흐름이 머릿속에 큰 그림으로 그려지고 나서야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강의에서 강조하신 부분이 많이 출제되었고 난이도는 무난했습니다. (A형 기준) 1페이지 1~4번까지 10초 만에 풀고 '아 합격하겠다' 김칫국을 마셨습니다. 하지만 보기를 제대로 읽지 않아서 실수한 문제가 많았습니다(외국적 선박 다음에 '제주 영해'가 쓰여있는 걸 집에 와서야 발견했습니다). FTA특례법은 임예진 관세사님이 정리하신 프린트 위주로만 암기했고 다른 부분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시험 시작 종이 울릴 때까지 마스크 안에서 브캄인라말미필싱태베 주문을 외고 있었는데 나오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기존 조항에서 단어를 바꾸거나 not을 붙이는 등의 방식에서, 아예 없는 조항을 단서 규정으로 넣거나 다른 파트에 비슷한 조항을 가져와 오답을 만드는 방식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단순 암기만으로는 수험생을 혼란에 빠뜨릴 오답을 걸러내기 어려우니 반드시 내용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겠습니다.
• 전국모의고사 1~4회 성적
: 35 → 62.5 → 62.5 → 52.5
처음 모의고사를 풀었을 때 생각이 납니다. 문제가 어려운 걸까 내가 돌머리인 것일까 자괴감에 빠져 문제를 풀다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 동형모의고사 1~8회 성적
: 65 → 75 → 52.5 → 72.5 → 65 → 60 → 62.5 → 60
2. 무역영어
다시 도전할 수 있게 용기를 주신 김용원 관세사님에게 죄송하지만 저는 오만하게도 제 영어 실력만 믿고 무역영어에 가장 적은 시간을 투자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무역'영어'가 아니라 '무역'영어라는 것을 문제풀이 강의에서부터 깨달았습니다. 이번 38회 시험에서는 CISG 6문제, 인코텀즈 6문제, UCP 6문제로 3대 협약에서 18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기타 협약에서는 MT조약 3문제, Hague Rules 3문제, MIA 2문제, 뉴욕협약 2문제, ICC 2문제, SGA 2문제, URR 2문제 그리고 해상화물 CMI, eUCP, URC에서 각 1문제씩 출제되었습니다. 협약 외 기타 무역거래 관련 문제는 총 3문제로 조항 이름 맞히기, 무역서류 내용 순서 배열, 거래단계 파악 문제였습니다. 즉 영어실력으로만 풀 수 있는 문제는 3문제입니다. 김용원 관세사님이 3대 협약은 10회독, 기타 협약은 3~4회독 정도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창피하지만 저는 기본 이론 수업에서 강사님과 1회독한 것을 제외하고는 문제풀이 교재와 모의고사 문제만 풀고 따로 협약을 회독하지는 않았습니다. 추가로 강의에서 강조하신 키워드 등을 챙긴 것이 전부입니다. 그래서인지 성적이 크게 오르거나 크게 떨어진 적이 없고 실제 시험에서도 모의고사와 비슷한 성적을 받았습니다. 체감 난이도는 모의고사와 큰 차이 없었습니다.
• 전국모의고사 1~4회 성적
: 65 → 52.5 → 62.5 → 55
• 동형모의고사 1~8회 성적
: 62.5 → 67.5 → 60 → 72.5 → 62.5 → 57.5 → 75 → 65
3. 내국소비세법
이경신 세무사님의 커리큘럼으로 플러스 특강을 제외한 전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모의고사 초반에는 계산 문제를 패스하지 않고 풀었지만 풀어도 항상 틀린다는 것을 알고 그 후로는 찍고 넘겼습니다. 실제 시험에서 계산 문제는 총 4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이경신 세무사님과 연습했던 길고 어려운 계산문제만 보다가 간단한 문제를 마주하니 왠지 풀어서 맞힐 수 있을 것 같은, 해서는 안 되는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그렇게 세 문제는 풀고 한 문제는 찍었는데 결과를 보니 찍은 문제는 맞고 푼 문제는 다 틀렸습니다. 객기를 부리지 말자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관세법을 풀며 '합격하겠다'는 김칫국을 마신 것에 이어 내국소비세법은 제게 김칫국을 들이붓는 수준의 기대를 심어주었습니다. 평소 빨라야 25분 컷이었던 내세법을 미친듯한 속도로 풀고 스톱워치를 보니 18분이 지난 것입니다. 당시에는 합격의 부푼 꿈을 꾸었지만 채점을 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빨리 풀 수 있었던 이유는 문제를 제대로 읽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옳지 않은 것을 옳은 것으로 읽고, 본다를 보지 않는다로 읽어서 틀린 문제가 많았습니다. 이런 게 실질적 문맹인가 했습니다. 개별소비세 파트에서 미납세 반출, 조건부 면세와 무조건부 면세를 구분하는 문제가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세무사님이 "이거 세 개 못 외우면 시험장에 들어가지를 마세요. 어차피 떨어집니다."라고 여러 번 강조하셨는데 저는 다 외우고도 난독증으로 떨어지고 말았네요. 참고로 전 부가세법보다 개소세와 주세를 더 재미있게 공부했고 모의고사에서도 보통 9~10문제를 맞히면서 부가세에서 부족한 점수를 개소세와 주세에서 안정적으로 챙겼습니다.
• 전국모의고사 1~4회 성적
: 52.5 → 65 → 70 → 70
• 동형모의고사 1~8회 성적
: 60 → 52.5 → 57.5 → 50 → 70 → 70 → 80 → 70
내세법 점수가 모의고사처럼만 나왔다면 합격했을 것입니다. 이경신 세무사님이 "이번에 꼭 합격하셔야 합니다, 간이과세자와 신탁이 아예 새롭게 바뀌어서 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졌어요, 여러분 진짜 이번에 붙으셔야 해요." 경고를 20번 넘게 하셨는데... 결국 개정된 간이과세자와 신탁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4. 회계학
2013년 관세사 준비를 1개월 만에 포기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회계입니다. 회계원리부터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저에게 유지원 회계사님의 수업은 나를 구하러 온 동아줄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재무회계 파트보다 원가관리가 더 재미있고 잘 맞았습니다. 연습할 때는 원가 10문제 먼저 풀고 그다음 말문제, 재무회계 순서로 풀었습니다. 실제 시험에서는 쉬는 시간에 말문제 프린트를 집중적으로 본 후 말문제, 원가, 재무 순으로 풀었습니다. 말문제는 OX 특강에서 정리해 주신 프린트로 대부분 커버가 가능했습니다. 계산 문제는 계산 과정이 복잡해 보이고 어려울 것 같은 문제일수록 풀이가 허무한 경우가 많습니다. 수험생을 헷갈리게 하려는 페이크에 속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지원 회계사님 강의를 들으면서도 많이 연습한 부분입니다. 비록 시험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개념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유형별 풀이 방법을 다 외웠습니다. 과락률이 제일 높은 과목인 만큼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회계 머리가 영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것도 많고 다른 분들처럼 성적이 높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계산기를 두드려 나온 숫자가 보기에 있는 것만으로 희열을 느끼며 1차 네 과목 중 가장 재미있게 공부했습니다.
• 전국모의고사 1~4회 성적
: 32.5 → 52.5 → 57.5 → 47.5
• 동형모의고사 1~7회 성적
: 72.5 → 49 → 50 → 47.5 → 50 → 50 → 60
올해 모르는 문제는 4번 찍는 것으로 강사님과 합의를 하고 마지막까지 못 푼 문제는 전부 4번을 찍었습니다. 4번으로 찍은 문제는 모두 틀렸고, 오히려 직접 풀고도 틀린 문제들은 정답이 모두 4번이었습니다. 믿기 힘들 만큼 일이 안 풀리는 날이 누구나 있나 봅니다.
5. 1차 준비 및 당일 후기
2020년 9월부터 공부를 시작했고 패스클럽 동영상 강의를 들었습니다. 9월과 10월 두 달간 기본이론 강의를 수강하고 11월과 12월은 개인적인 일로 공부를 아예 못했습니다. 두 달 공부하고 두 달 쉬고 나니 9, 10월에 뭘 배운 건지 머리가 그저 텅 빈 느낌이었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하는 데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1월부터 2월 중순까지 문제풀이 강의를 듣고 남은 한 달간 OX 특강을 듣고 모의고사를 풀면서 중요한 개념과 오답 위주로 요약 노트를 만들었습니다. 강사님들이 입을 모아 하시는 말씀이 최소 2주 전부터는 시험 당일 스케줄에 맞춰서 일어나고 공부 계획을 세우라는 것입니다. 저는 전형적인 올빼미족으로 오후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의 생활 리듬을 바꾸는 게 매우 힘들었습니다. 나중에는 수면제까지 처방받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시험 전날은 달랐습니다. 1시에 누워서 2시쯤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준비물과 요약 노트를 챙겨 선린인터넷고등학교로 향했습니다. 남영역에 내려 시험장으로 올라가는 많은 사람을 보니 대체 다들 어디에 숨어있다가 나타난 걸까 싶으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생수 한 병과 당 충전을 위한 초콜릿을 샀지만 학교 앞에 학원 관계자분들이 물과 간식이 들어있는 꾸러미를 하나씩 주셨습니다. 정문 앞에는 김용원 관세사님, 유샘나 관세사님이 응원차 나와 계셨습니다. 김용원 관세사님 목소리의 1.7배속에 익숙해져서 1.0배의 실제 목소리가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1실부터 35실까지 시험실도 많고 사람도 많았습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전날 보낸 메시지에 3실이라고 나와 있어 따로 게시판을 보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3실은 2층이었고 시작부터 느낌이 좋았습니다. 자리에 착석하니 8시 15분. 미리 적어간 회계 문제들을 풀면서 손을 계산에 익숙하게 만들어놓고 관세법 기간 숫자들과 FTA특례법의 서명일, 조사요청접수일처럼 헷갈리는 부분들을 계속해서 보았습니다. 8시 50분쯤 감독관 두 분이 들어오셨고 9시부터 보던 것들을 가방에 집어넣고 유의사항을 들었습니다. 1교시는 9시 30분부터 10시 50분, 2교시는 11시 20분부터 12시 40분까지였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마지막 벼락치기를 하느라 챙겨간 간식을 먹을 시간도 없었습니다. 모든 시험이 끝나고 시험장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발걸음이 아주 가벼웠습니다. 왠지 합격할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샘솟았습니다. 특히 내국소비세법 점수가 처음으로 90점 대가 나올 것 같다고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합격자 발표를 상상했습니다.
6. 가채점 결과
관세법 67.5
무역영어 65
내국소비세법 52.5
회계학 50
총점 235
평균 58.75
김용원 관세사님이 한두 문제 차이로 합격 불합격이 갈릴 수 있다고 하셨을 때만 해도 그런 건 남의 일인 줄로만 생각했습니다. 제가 그 당사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눈을 비비며 채점을 두 번 더 해보는 클리셰도 잊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지만 이내 결과를 받아들였습니다. 실수도 실력이니 괜히 떨어진 게 아니라고 다독였습니다. 이번 경험을 발판 삼아 더 열심히 준비해서 내년에 잘하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래도 아직 마음 한편으로 이의 제기 기간의 기적을 바라고 있기는 합니다. 아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운 좋게 합격한다면 정말 착하게 살겠습니다.
7. 마치며
2020년 합격수기집에서 50대 합격자의 후기를 읽고 지금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거 아닌가 고민했던 순간이 부끄러웠습니다. 작년 방문상담에서 김용원 관세사님이 지금 내 앞에서 나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냐, 일단 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상담 신청을 하고 그날 FTA관세무역원을 찾아간 것이 2020년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오랜만에 하는 공부라 익숙해지는 데 시간도 꽤 걸렸고, 앉아서 공부하고 먹고 공부하고 먹고 반복하느라 단기간에 하체만 킴 카다시안이 되었지만 의미 있는 반년이었습니다. 배움의 기쁨과 제한 시간 안에 문제를 풀어야 하는 두근거림은 영혼 없는 로봇처럼 사회에 찌들어가던 절 다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 느낌 그대로 다시 시작해보겠습니다. 내년에는 꼭 합격 후기로 이벤트에 참여하겠습니다. 헤어지고 싶었지만 일 년 더 함께 하게 된 1차 임예진 관세사님, 김용원 관세사님, 이경신 세무사님, 유지원 회계사님. 다시 만나게 되었네요. 비록 동영상 강의를 들었기 때문에 반년간 강사님들과 일방적으로 친해졌지만, 모니터 밖에서 선생님들의 질문에 답하고 유머에 박장대소하는 학생이 여기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열정적인 강의 늘 감사합니다. 이번에 합격하신 분들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이만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