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사 1차시험 대비 강의 수강후기_이OO(제33회 관세사 1차시험 합격)
- 작성일 : 2016-04-27 1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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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 "덤"이란게 있다.
반상에서는 졌지만 6집반정도의 공제를 받아 한집이나 반집차이로 이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합격이 내게는 마치 덤으로 이긴 바둑같다.
(아직 정식 합격은 아니나 가채점 결과로 편의상 합격이라 표현함)
찜찜은 하지만 기분은 좋다.
4월엔 꼭 여행을 떠나라는 김 용원 쌤의 말대로 곧 여행을 떠난다.
그동안 해외에서만 주로 다녔으니 이번엔 국내를 택했다.
내가 살던 남도의 몇몇 도시를 거쳐 제주도 서귀포까지.
봄기운이 도처에 완연하다.
지난 겨울의 움츠렸던 기운도 이제 스르르 녹는 듯하다.
관세사 시험은 내게 오래된 화두다.
15년전에 1차시험에 합격한 적이 있다.
그때는 행정법이 있을 때였고 교대역 근방의 D학원에서 수강했었다.
6년반의 해외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지 2년이 되었을 무렵인데 덜컥 다시 해외발령이 나버렸다.
그리고 어느덧 직장생활 30년이 되었고 그것은 문득문득 오래된 기억의 뒷편에 덕지덕지 남아있는
먼지들이 하나씩 풀어 헤쳐져 나오는 것처럼 머릿속을 가끔씩 헤집고 다녔다.
어차피 몇년 안 있으면 나와야 할 직장생활, 더 늙기 전에 다시 도전해 보고 싶은 욕망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작년 11월 중순 독일 출장 직전에 마음을 먹고 일단 책을 구입하였고 pass-club 인강을 등록하였다.
출장 때는 무역영어 1권만 가져가서 일주일 동안 시간나는대로 읽기 시작했다.
무역영어는 실무나 영어 모두 자신이 있었고 비교적 시간을 덜 들이고 점수가 나오는 과목이었다.
조금씩 속도가 붙기 시작했으나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임원실이 별도로 구분되어 있어서 인강을 듣는데는 지장이 없었으나 잦은 회의,수시로 찾아오는 손님들, 상담하러오는 부하직원들 때문에 회사에서는 시간을 확보하기가 절대적으로 어려웠다.
그래도 회사에서 3시간, 집에서 3시간 하루 6시간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했고 가능하면 회식이나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이도록 했다. 주말에는 가까운 시립도서관에서 10시간 이상을 확보하였다.
12월부터는 그동안 밀린 연월차 휴가를 활용하여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을 늘렸고 겨울방학 때 대전에서 올라온 아들과 한방씩 차지하면서 경쟁하듯 좀비처럼 공부에만 열중했다.
그럼에도 절대적인 시간은 부족했고 인강을 소화시키기에도 벅찬 일정이어서 3월에는 아예 사표를 던지고 본격적인 시간확보에 들어갔다.
무엇보다도 네분의 훌륭한 강사님들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한번도 뵌적이 없지만 다정한 친구처럼 스승처럼 그렇게 그분들과 친해져 갔다.
실명을 말하기 보다 그분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로 대신하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관세법: "말 그대로" 쌤
무역영어: "암튼" 쌤
내세법: "여튼" 쌤
회계학: "얻어 걸리게" 쌤 (그 쌘 입담에 맞게 걸리는 말들이 많으나 대표적인 것 하나만 들라면)
법과목 두개는 비교적 무난했고 무역영어는 전공이나 다름없어 자신이 있었으나 문제는 항상 회계학이었다.
공부량도 제일 많았고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닌데 점수는 늘 밑 바닥이었다.
기본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시간배분에 따라 낭패를 볼 수 있는 과목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전략을 세웠는데 우선 2교시는 먼저 회계학을 시작하여 16~20문제를 확실히 풀고 내세법으로 이동하여 푼 다음 다시 회계학으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하였다.
그래야 과락을 면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계도 쉬운 순서대로, 말문제 10문제 정도를 먼저 풀고(10~15분), 원가회계 6~10문제를 그 다음으로 풀고(15~20분), 그리고 재무회계(15~20분)인데 45분이 경과되면 반드시 내세법으로 이동하였다.
보통 기출문제나 모의고사를 보면 평균 말문제(6~8개), 원가회계(6~7개), 재무회계(4~5개) 정도를 시간내에 정답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난이도에 따라서는 더 낮게 나올 수도 얼마든지 있으므로 평소에 반복해서 시간내에 빨리 푸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한다.
이번 시험을 보면,
관세법은 비교적 쉬은 편이었고(82.5점)
무역영어는 어려운 편이 아니었는데 옳은 것과 옳지 않는 것을 헷갈려서 3~4문제 실수한 바람에 예상보다 낮은 점수가 나왔고(70점) 네세법은 회계학때문에 시간에 쫒기기도 했지만 지문이 길고 만만치 않은 문제가 많아 최고로 낮은 점수가 나왔다(60점).
한편 문제의 회계학은 이 때것 본 시험 중 제일 어려운 쪽이었고 긴장되서인지 평소보다 못풀어서 확신한 답은 12~14개 정도였다. 그러니 나머지는 "덤"이라고 봐야한다(45점).
바둑엔 덤이라는 rule이 있고 우리 1차 시험엔 40점 과락 평균 60점이상이라는 rule이 있다.
어쨌든 그 rule에 맞게 이기면 그만이다.
더군다나 1차는 합격에 의미가 있을 뿐 고득점은 2차에서 그 의미가 있으니 나름의 전략을 잘 활용해야 한다.
나도 한 때는 젊었었는데 이제는 어쩔 수 없는 노병이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기운이 다시 피오 오른다.
전략도 바뀌고 방법도 달라야 할 것이다.
젊은 사람들 가운데서 지지않고 우뚝선 나를 다시 보고싶다.
모두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