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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라 잡(JOB)] IMF 직격탄 맞은 복학생
작성일 : 2018-12-03 15:42:21

[잡아라 잡(JOB)] IMF 직격탄 맞은 복학생, 우연히 관세사 설명회 갔다가…

 

김용원 FTA관세무역학원 대표이사 "관세무역전문대학 세우고 싶다"

93학번 대학생이 `관세사`라는 직업을 알게 된 것은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한 이후였다. 경제학과라 대부분의 친구들이 행정고시를 진로로 잡았을 무렵, 이 복학생은 우연히 관세사 설명회에 참석했던 것이다. IMF로 나라 경제가 혼돈에 빠졌고, 취업문이 예전과는 180도 달라진 시기였다. 집안 사정이 넉넉치 않았던 그 학생은 친구들과는 다른 진로를 선택했다.
1997년도에 복학한 김용원 FTA관세무역학원 대표이사는 1998년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 같은 해 1차 합격 후 이듬해인 1999년 2차까지 최종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졸업도 하기 전에 자격 시험에 붙은 덕분에 대학교 4학년때부터 관세사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준비부터 합격까지 17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다"고 운을 뗀 김용원 대표는 "당시 최종합격자는 보통 열댓명이었고 많아봐야 20명을 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관세무역개발원 13년차 연구원, 부장 승진 앞두고 사직 

이후 그는 관세청 유관기관인 한국관세무역개발원에서 13년 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회사의 동의를 얻어 근무 외 시간에 관세사 학원의 1차 과목인 무역영어 전문 강사로의 활동도 이어왔다. 
그러나 자격증 학원에서 관세사는 그리 인기있는 시험 종목이 아니었다. 관세사 전문 학원이 1~2곳 있었는데 없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아예 김 대표는 마음이 맞는 전문강사 몇명과 함께 독립하기로 맘을 먹었다. 강사들이 현직 관세법인 대표나 회계법인 소속이라 학원 경영 대표를 맡을 수 없어 당시 사내에서 최연소 부장진급을 앞두고 있던 김 대표가 개발원에 사직서를 쓴 뒤 총대(?)를 맸다. 2013년 8월 FTA관세무역연구원 법인이 설립된 배경이다. 9월에는 FTA관세무역학원의 설립인가를 등록했다. 


김 대표는 "향후 관세사 사관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에 처음부터 학원 법인이 아닌 연구원 법인을 선택했는데, 의도치 않게 올해 국감에 깜짝 언급되기도 했다"면서 "국감 지적 내용처럼 환경부 산하 지원금을 받는 단체는 아니다. 강사 중 한명이 환경부 관련 산하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당연히 내부 승인을 받고 활동 중이다"라고 국감 헤프닝에 대해 부연설명을 했다. 
실제 이 학원에서 일명 관세사 1타강사로 활동 중인 이들은 현직 관세사나 회계사, 세무사는 물론 관세법인 대표도 있다. 최소 10년 이상 강의 경력을 갖고 있는 이들은 현업에서도 뛰는 현장전문가들이기도 하다. 이들이 굳이 학원 강사까지 나선 이유는 "수험생들에게 직업을 제대로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통일 전 남북 교류가 활발해진다면 북한을 통한 늘어나는 무역 관련 관세 이슈가 더 커지고 필요 인력도 늘어날 것"이라며 "무역과 통관업무를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드라마 <미생>처럼 무역업무 관련 소재가 나오는 콘텐츠에서 관세사를 다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역·통관 전문지식 갖춰야… 1·2차 동시 합격생도 있어 

관세는 엄연히 세금의 한 종류지만 세무사가 담당하지 않는다. 무역 및 통관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춰야 하는 관세사는 자격시험을 따로 둘만큼 전문성을 요구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시험은 관세법, 무역영어, 소비세법에 회계이론 등의 전문지식을 요구한다. 
물론 시험 합격이 끝이 아니다. 실제 관세업무를 하려면 6개월 이상의 실수 수습 기간을 거친 후 관세청장에 등록을 해야만 수출입통관과 기업구제, FTA활용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올해 2461명이 응시한 제35회 관세사 1차 시험은 934명이 합격했고, 2차 시험에는 1374명이 응시했지만 단 91명만이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김 대표이사는 "나이에 상관없이 평생 활동할 수 있는 전문직이긴 하지만 시험 난이도가 높아 합격 자체가 쉽지 않다. 보통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이 도전한다"며 "올해 최종 합격생 91명 중 89명이 FTA관세무역학원 수강생이었다. 수석과 차석합격자를 비롯해 최고령과 최연소 수상자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시험을 통과한 이들은 대부분 관세법인과 관세사무소에 취업한다.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 수출입대기업의 통관부서나 통관취급법인 등의 진로도 있다. 
시험 준비 1년만에 1·2차를 동시에 합격하는 수험생도 있지만, 주경야독으로 8년만에 합격 통지서를 받는 케이스도 있다. 최근 합격자들의 평균 수험기간은 32개월 정도다. 1차를 통과해야만 볼 수 있는 2차 시험은 상대평가로 90여명 정도만 뽑다보니 경쟁이 더 치열하다.

독학으로 이해가 쉽지 않은 과목들이라 2개월 종합반이나 1년 과정을 등록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FTA관세무역학원은 집안이 넉넉치 않은 수험생들에게는 강의료를 최대 90%까지 지원하고 있다. 지방 거주 등의 이유로 강의를 들으러 올 수 없는 경우에는 인터넷 강의 50% 정도를 할인해준다. 
김 대표는 "IMF 시절 어려웠던 기억에 학원 설립 후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은 학생들을 매년 30~40여명씩 돕고 있다. 소득수준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바로 지원한다"며 "이들 중 매년 1명 이상 합격자가 나오고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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