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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채용 첫발, 공무원 자격시험 특례 폐지될 듯
작성일 : 2022-04-21 18:41:27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공무원 경력을 가진 자에 대해 국가자격시험 일부를 면제해주거나 자동으로 그 자격증을 부여하는 ‘공무원 경력인정제도’가 대대적으로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을 화두로 제시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은 공정사회 공약 가운데 여야가 모두 공감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해당 제도의 유지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전면적인 폐지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22일 윤 당선인의 정책공약집을 보면 윤 당선인은 ‘국가자격시험 특례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약속했다.

윤 당선인이 이 공약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치러진 제58회 세무사 시험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탓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세무사 시험 세법학 1부 과목에서 응시생 82.1%가 과락을 받았지만,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생들은 공무원 경력인정제도에 따라 세법학 1부 시험을 면제받으면서 해당 제도의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세무사 시험으로 공무원 경력인정제도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지만, 현재 공무원 경력을 인정해주는 자격증은 세무사 외에도 변리사·법무사·관세사·공인회계사·공인노무사 등 총 6개다.

이 중 공인회계사시험은 1차 시험만 면제해주고, 나머지 시험은 경력에 따라 1차 시험과 2차 시험 일부까지 면제해준다.

1960년대 공무원 장기근속 유도, 근무의욕 고취를 위해 도입한 이 제도는 1984년 공인노무사법과 1995년 관세사법 제정으로 확대됐다.

도입 당시엔 단순 시험면제가 아닌 ‘자동자격부여방식’으로 운영되면서 불공정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고, 이 탓에 1999년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가 나서 2001년부터 시험일부면제방식으로 바꿨다. 다만 이후에도 제도 개선·폐지 요구는 지속됐다. 해당 제도가 비공무원과의 불평등을 초래하는데다 전관예우의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평등권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이 4차례나 제기되기도 했다.

유사 제도를 운영하는 일본, 미국 등과 비교해도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근무기간 중심인 우리와 달리 일본은 ‘국세의 부과 등’에 종사한 공무원에 대해 ‘국세에 관한 시험’을 면제하고 있다.

시험 면제 정도가 전문성이 아닌 ‘계급’에 따라 정해지는 것도 문제다.

우리 변리사 시험은 ‘7급 이상 10년 근무’시 1차 시험 면제, ‘5급 이상 5년 이상 근무’시 2차 시험 일부과목까지 면제해주지만 미국은 계급이 아닌 ‘특정부서’ 근무가 조건이다.


게다가 우리는 중징계인 파면 또는 해임이 아닌 이상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외국은 보다 엄격한 결격사유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구두 또는 서면에 의한 경고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결격사유를 ‘면직’으로 규정하지만 우리보다 공무원 징계에 엄격하다. 변리사, 법무사, 세무사, 관세사, 공인회계사, 공인노무사가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만큼 시험결격사유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도 이견이 없다. 해당 제도 개편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공약이기도 했다.

김남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공무원에 혜택을 주는 제도인 만큼 공무원이 스스로 결정토록 하는 것보단 국민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에서 결정하는 게 타다하다”며 “사회적 부작용을 줄일 수 없거나 제도 유지에 대한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이 제도의 전면적 폐지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