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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속 사자돌림 전문직 인기… 공인회계사·관세사 시험장에 2030 북적
작성일 : 2022-07-12 09:34:21

지난 25일 8시 용산철도고등학교 앞. 관세사 2차 시험을 치르기 위해 수험생들은 바쁜 걸음으로 교문을 통과했다. 교문 앞은 수험생의 부모들과 관세사 학원 관계자들의 응원소리로 가득찼다. 잔뜩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수험생들은 학원 강사들의 응원에 바로 안도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적게는 몇 개월부터 많게는 3년까지 동고동락했던 강사들의 응원에 힘을 얻는 모습이었다.

25일 관세사 수험생들이 제39회 관세사 2차시험을 보기 위해 고사장인 용산철도고등학교로 들어서고 있다. /민영빈 기자

25일 관세사 수험생들이 제39회 관세사 2차시험을 보기 위해 고사장인 용산철도고등학교로 들어서고 있다. /민영빈 기자

이날 시행된 관세사 2차 시험은 용산철도고등학교와 서울국가자격시험장에서 진행됐다. 2차 시험은 관세사가 되는 마지막 관문이다. 이번 시험에서 합격하면 관세사자격증을 얻을 수 있다. 다만 합격정원이 90명인데 2차 시험에 응시한 인원만 1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그럼에도 관세사가 되고 싶은 청년들은 계속 늘고 있다. 이날 수험생들을 응원 나온 관세사학원 관계자는 “코로나 시국 이후에 학원강의나 인터넷 강의를 듣는 수험생들이 1.5~2배 정도 더 늘어났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때 취업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관세사가 안정적이라는 점 때문에 많이 준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세사 시험 최종 합격생의 약 80~90%는 2030 수험생이다. 최종 합격생 연령대별 추이를 보면 2018년 91명 합격생과 2021년 90명 합격생은 모두 20·30대였다. 지난 2020년에도 149명 합격생 중 40대 4명, 50대 1명 60대 이상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2030 합격생이었다.

2030 수험생들은 급격히 악화된 경제상황과 얼어붙은 취업시장에서 관세사와 같은 전문직을 꿈꾸는 것은 당연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험생 구모(28)씨는 “원래 작은 규모의 기업에서 일을 했는데,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회사에 비전이 안 보여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그보다 안정적이고 실업 위험이 적은 관세사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관세사 시험을 치른다는 김모(24)씨도 “취업이 잘 안 되는 상황에서 전문직을 하면 밥은 안 굶을 것 같아서 준비했다”며 “해외에서도 관세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들어서 꼭 한국이 아니더라도 대우받으면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관세사가 하고 싶어졌다”고 전했다.

25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위치한 제57회 공인회계사 2차 시험 고사장에 응시생들이 입실하고 있다. /김민국 기자

25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위치한 제57회 공인회계사 2차 시험 고사장에 응시생들이 입실하고 있다. /김민국 기자

같은 날 오전 9시쯤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위치한 경기기계공업고등학교. 이곳은 제57회 공인회계사 2차 시험 고사장이다. 아직 시험이 시작하기까지 한 시간이나 남았지만 벌써 20명 안팎의 학생들이 고사장 정문 앞을 하나 둘씩 지나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응시생들이 정문 앞으로 걸어가며 데려다 준 엄마에게 손을 흔들자, 엄마는 응시생에게 엄지손가락을 올려보이기도 했다.

공인회계사의 인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직후부터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27일에 이뤄진 공인회계사 1차 시험에서는 1만3123명 응시자중 2217명만 합격해 5.9: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경쟁률 5.3:1보다 소폭 늘어난 수치다. 이번 2차 시험에 응시할 예상인원은 총 3855명인데, 합격자가 1100명인 것을 고려하면 3.5:1의 경쟁률이다. 지난해 3.1:1보다 증가한 수준이다.

수험생들은 공인회계사의 경쟁율이 점차 늘어나는 이유를 직업의 안정성 측면에서 찾았다. 응시생 김모(27)씨는 “아무래도 회계사라는 직업 자체가 안정적이라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하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른 응시생들도 아마 안정성 측면에서 회계사를 많이 지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응시생 김모(28)씨도 “회계사 같은 경우는 곧바로 취업이 가능한데다 향후 이직 결심을 해도 쉽게 이룰 수 있다고 들었다”며 “아무래도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조금이라도 안정성이 높은 직업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 확산 시기를 기점으로 공인회계사 지망생들이 더 많이 늘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날 고사장 정문에서 출입 관리 역할을 맡은 A씨는 “지난해 있었던 시험보다 확실히 응시생이 증가했다”며 “아무래도 코로나 이후로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기업, 회계법인 등 다양한 곳에 입사하는 데 도움을 주는 공인회계사 자격증이 선호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청년들이 전문직에 쏠리는 이유를 경기 악화와 안정성으로 꼽았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난이 사상 최대로 심각한 상황에서 젊은층들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며 “가장 안정적으로 삶을 꾸릴 수 있는 전문직으로 여겨져 자연스레 선호도도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